생각은 어떻게 행동이 되는가 #1 - 목표를 정하고 전략을 구상하고 실천하게 하는 작업기억 게이팅 시스템
Lucy Archive
Lucy 2023
2023. 6. 22. 11:43

인지조절 - 습관, 집중, 멀티태스팅, 실천력, 행동 장애에 관한 비밀 작업기억 게이트(Working Memory Gating System)

 

나는 왜 매일 이러는거야

차를 가지러 지하 2층 주차장으로 갔다. '아! 지하 1층이었지!' 나는 주차 자리를 찾는데 정신적 에너지 사용하는 것을 싫어한다. 주로 지하 2층에 주차한다. 어제는 주차장 입구에 기가 막힌 자리가 비어 있어서 그곳에 차를 댓다. 지하 1층으로 가기 위해 엘리베이터에 탓다. 유튜브를 끄적대다가 비밀번호를 열고 문을 열었다(?). 와이프와 눈이 마주쳤다. '아! 차 빼리 간 거였지!' 다시 문을 열고 지하 1층 주차장으로 향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어처구니가 없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 거야?

 

며칠 전 우리 집 화장실 형광등이 나갔다. 불이 안 들어온다는 사실을 알지만, 화장실을 들락날락할 때마다 스위치를 끄고 켠다. 불이 안 들어오는데 왜 나는 이런 바보 같은 행동을 하는 거지?

인지조절 - 생각과 행동 사이에는 간극이 있다.

'관성'은 물체가 자신의 상태를 유지하려는 성질을 말한다. 우리의 행동 패턴에도 관성이 있다. 행동에 관성이 있는 이유는 우리 기억속에 순차적인 행동 패턴이 저장되어 있기 때문이다. 주차하고 집으로 오는 행동 패턴, 화장실을 들락날락 거릴 때 마다 불을 끄고 켜는 패턴이 있다. 복잡하고 긴 행동 패턴도 있다. 책 역행자의 저자는 아침에 일어나 5분 조깅, 샤워, 40분 글쓰기 10분 휴식 5라운드 등을 하는 루틴을 가지고 있다. 반복적인 경험과 훈련은 자동화 된 행동 패턴을 만든다. 자동화된 행동을 '습관' 이라고도 한다. 습관은 의식하지 않아도 자동으로 하게 되는 것이다.

 

자동화 되지 않은 행동을 할 때는 의식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지하2층에서 집으로 향하는 관성을 깨트리기 위해서는 '지하 1층에서 차 뺴러가야해!'라는 목표를 지속적으로 생각하고 있어야 한다. 복잡하고 도전적인 과제가 있을 때는 목표를 잃지 않고, 현재 상황에서 할 수 있는 일 또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전략을 세우고 행동을 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당면한 과제에 집중하면서도 최종 목표를 인식해야 한다. 이런 일련의 과정을 '인지조절'이라고 한다.

⚠️ Warning

마음먹은 대로 행동하는 건 쉽게 되는 것이 아니다. 책 <생각은 어떻게 행동이 되는가>의 저자 데이비드 바드르는 생각을 행동으로 옮기는 데는 큰 간극이 있다고 말한다. 인지 조절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행동을 결정하고 신체 움직임을 만드는 뇌의 기능이다. 이 포스팅은 내가

책 <생각은 어떻게 행동이 되는가>를 읽고, 이 책에서 말하는 '작업기억 게이팅 시스템'를 내 나름대로 이해하고 해석해서 만든 다이어그램에 대한 설명

이다.

콩만한 작업기억 용량으로 우주선을 만드는 인류의 비밀

'마법의 숫자7'이라는 것을 아는가? '마법의 숫자 7'은 조지 밀러(Geoge Miller)가 마법의 숫자 7이라는 논문에서 처음으로 사용했다. 뇌가 짧은 시간에 기억할 수 있는 항목은 7개 내외라는 말이다. 이틀 전 고추장 진미채를 만들려고 했으나 마요네즈가 없었다. 겸사겸사 마트에 장 보러 다녀왔지만, 집에 도착해서야 마요네즈를 사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머리에만 의존해서 시장에 가면 항상 하나씩 빠뜨린다. 우리 작업 기억의 용량이 제한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일시적으로 정보를 저장하고 처리하는 뇌의 시스템을 작업기억(Working Memory)이라고 한다.

 

작업기억은 겨우 5개 정도 의미만 기억할 수 있는 초소형 메모리다. 하지만 인간 문명은 우주에 탐사선을 보낼 정도로 발전했다. 어떻게 이게 가능한가? 이 비밀은 '인지 조절'이라는 시스템 덕분이다. 인지 조절은 작업기억의 작은 용량을 효율적으로 운영해서 행동을 결정하고 목표를 달성하게 해주는 뇌의 기능이다. 뇌의 기능이라는 말은, 뇌가 성장하지 않았거나 물리적인 손상이 있을 때 동작하지 않는다는 말을 의미한다.

생각을 떠올리는 것은 추론하는 과정도 포함한다.

인터넷에는 '구글 입사 면접 질문'이라고 적힌 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시애틀에 있는 모든 창문을 청소하는 비용은 얼마일까요?', '전 세계 피아노 조율사는 몇 명일까요?' 와 같은 질문들이 있다. 이 문제는 어떻게 풀어야 할까? 이 문제의 해답은 우리 기억 속에 없어서 불러올 수 없다. 대신에, 우리가 아는 정보를 가지고 답을 추론할 수 있다.

  • 인구의 1%가 피아노가 있다고 가정
  • 피아노 조율 주기를 1년으로 가정
  • 조율사가 평균 하루에 2개의 피아노를 조율한다고 가정
  • 위 3가지를 조합해서 전 세계 조율사가 XX명 정도 있어야 한다고 추정

작업기억 게이팅 시스템

즉, 작업기억은 문제를 해결이나, 목표 달성을 위해 필요한 정보를 인출하고 분석해서 행동이나 전략을 결정한다. 행동이 결정되면 실제 행동으로 옮길지, 더 나은 생각이 나오기를 기대하며 더 기다릴지, 머릿속으로 시뮬레이션할지를 결정해야 한다. 이 과정을 간략하게 도식화하면 다음과 같다.

작업기억 입출력
작업기억의 입출력

출력게이트 - 행동으로 옮길까?

회사 생활을 하면서 원치 않는 상대와 원치 않는 회의를 하다 보면 머릿속이 온통 욕으로 가득 찰 수 있다. 머릿속에 있는 생각이 그대로 내 입으로 나온다면 얼마나 끔찍한 상황이 벌어질까? 아무리 좋은 교훈을 듣더라도, 아무리 좋은 책을 읽고 적용 점을 알게 되더라도 행동으로 바로 이어지지 않는다. 생각에서 행동으로 이어지는 경로에는 스위치가 있는데 이를 출력게이트(Output Gate)라고 한다. 출력게이트의 기본 설정은 OFF다.

작업기억 출력게이트는 행동을 할지 말지 결정한다.
작업기억 출력게이트는 행동을 할지 말지 결정한다.

출력게이트는 왜 기본적으로 OFF 상태일까? 모른다. 다만, 왜 이렇게 설계되었는지 또는 왜 이렇게 진화되었는지를 유추해 보자면 다음과 같다.

  • 정지는 올바른 선택을 하기 위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 행동하지 않고, 머릿속으로 시뮬레이션을 하면서 결과를 예측 할 수 있다.
  • 뇌는 신체 예산을 조절하는 장치이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안 움직이는게 에너지 효율 면에서 최고다.

동기가 출력게이트를 제어한다.

스위치가 있다면 스위치를 ON/OFF 하는 주체가 있어야 한다. 여기서는 '조절 시스템'이라고 부르겠다. 배고프지 않지만, 누군가 내 책상에 카라멜 마키아또를 놔두고 간다면 내 입은 빨대로 마중 나갈 것이다. (이것은 습관의 문제 때문에 벌어지는 일이기도 하지만, 여기서는 논외로 한다) 그 이유는 먹었을 때 얼마나 달콤한지 알기 때문이다. 즉, 스위칭하는 조절 시스템을 제어하는 핵심은 동기(Motivation)다.

그렇다면 동기는 어떻게 발현되는가? 이 책의 저자는 '비용과 편익'이라는 단어로 표현했다. 쉽게 말하자면 들이는 노력의 양과 예상되는 가치를 저울질한 결과가 동기(Motivation)의 값(Level)이라는 말이다. 예상되는 노력이나 결과의 가치는 과거 경험을 기반으로 유추할 수도 있고, 외부 세상에서 보여주는 지표로 판단할 수도 있다. 즉, 염두에 둔 행동을 실제 움직임으로 전환하는 절차는 다음과 같이 표현할 수 있다.

출려게이트를 제어하는 조절 시스템

또 다른 행동 제어 체계 - 비상 정지 체계

군인 시절, 내가 복무했던 부대는 1~2달에 한 번꼴로 훈련을 나갔다. 훈련이란 집과 같은 막사를 떠나 3~4일 정도 산에서 먹고, 자고, 훈련하는 활동을 말한다. 훈련 기간에도 밤이 되면 초소에 나가 불침번을 선다. 훈련으로 나가는 곳은 인적이 드문 야산이다. 조명이라고는 달빛과 별빛만 있는 밤에 2명이 짝을 지어 경계를 선다. 싸한 발소리가 들려 눈을 돌려보면 곰 같은 크기의 멧돼지 3마리의 등이 달빛에 반짝이는 것을 보게 된다. 처음 그를 보았을 때 아무런 반응도 할 수가 없었다. 사실 두 번째도 마찬가지다. 무사히 지나가기 만을 바랄 뿐이다.

우리 몸에는 조절 시스템으로 인한 신체 움직임을 억제하는 체계 이외에 다른 정지 체계가 있다. 등산하다가 절벽을 만나거나, 집에서 주먹만 한 바퀴벌레를 보았을 때처럼 위기나 위협을 만나면 모든 행동을 멈춘다. 이것을 '비상 정지 체계'라고 부르겠다. '비상 정지 체계'는 즉시 전면적으로 모든 행동에 영향을 미친다.

위험하다고 느낄 때 작동하는 뇌의 비상 정지 체계
위험하다고 느낄 때 작동하는 뇌의 비상 정지 체계

입력게이트 - 무엇을 작업장에 가져올까?

고등학교 1학년 때 우리 반에서 공부를 가장 잘하는 아이는 공부할 때 말을 걸어도 들리지 않는지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앞에서도 이야기했지만 작업 기억은 용량이 적다. 집중한다는 의미는 작업기억에 지금 하는 과제와 관련된 정보만 입력시킨다는 이야기다. 이 친구는 아래 그림과 같이 세상에 대한 정보는 차단하고, 공부의 목적과 관련된 내용만 작업기억에서 고려하도록 한 것과 같다. 이를 그림으로 표시하면 아래와 같다.

Working Memory Input Gate
작업기억 입력게이트

앞서, 지하2층 주차장에서 지하1층 주차장에 가려다가 정신줄을 놓아서 집가게 된 이야기를 했다. 이 때는 행동의 목표를 작업 기억에 각인하지 않아서 집으로 가려는 관성을 억제 할 수 없었다. 즉, 간단한 과제든 복잡한 과제든 작업기억의 입력게이트를 적절히 조절해야 우리가 목표하는데 필요한 행동을 구상하고 실행으로 옮길 수 있다.


입력게이트를 조절하는 주요 인자 또한 동기다.

그렇다면 언제 입력게이트를 ON 할까? 여기에 직접적으로 관여하는 것도 동기(Motivation)일 것이다. 과거 유사한 행동에 대한 기억이 긍정적이면 입력게이트를 열고 작업 기억속으로 행동을 결정하는데 필요한 단서를 제공할 것이다. 동기가 크면 클수록 꼭 필요한 정보만 선택적으로 작업기억에게 전달 할 것이다.

Working Memory Input Gating by Motivation
작업기억의 입력게이트를 조절하는 요인은 동기다.

입력 게이트를 조절하는 동기와 출력게이트를 조절하는 동기는 차이가 있다. 입력 게이트를 조절하는 동기의 원천은 과거 유사한 기억에 대한 평가다. 고려해 볼 만한 과제라고 생각되면 입력 게이트를 열고 작업기억에 필요한 정보를 가져온다. 작업기억에서 입력받은 정보를 토대로 어떤 행동을 할지 결정되면, 조절 시스템에 결과를 전달한다. 조절 시스템은 작업기억이 염두에 둔 행동에 들어가는 노력의 에너지와 예상되는 가치를 저울질해서 작업기억이 고려하고 있는 행동을 실행할지 말지를 결정한다.

 

작업기억 내부

이제 작업기억 내부로 들어가 보자. 입력 게이트가 ON 되면 과제와 관련된 생각 또는 새로운 정보들이 들어온다. 먼저 이 정보 중에서 어떤 정보가 유용한지 걸러내는 작업이 있어야 한다. 유용하다고 판단되는 정보는 작업기억에 유지한다. 작은 메모리에 저장된 정보들을 보면서 분석이나 추론을 통해 어떤 행동을 할 것인지 결정할 것이다. 때로는 다른 연관된 정보를 다시 요청할 수도 있다. 작업 기억 내부를 상세히 그려보면 다음과 같다.

작업 기억 내부
작업 기억 내부

다음 글은?

지금까지 작업기억 게이팅 시스템을 상징적인 개념으로 도식화를 해봤다. 난 작업게이팅을 이해하면 내가 하는 일련의 행동에 대한 해석이 가능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정리를 했다. 이 모델을 사용하면 몰입할 때 어떠한 요인이 필요한지, 멀티태스킹은 왜 적절하지 않은지, 습관과 루틴은 왜 강력하게 동작하는지, 대화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육아를 어떻게 해야하는지에 대한 답을 찾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나의 해석은 다음 기회에 작성할 예정이다.

인지 조절 시스템은 뇌에서 자동으로 일어나는 일이다. 인간은 뇌의 자동모드에 의존해서만 사는 것이 아니라, 뇌의 활동에 관여할 수 있다. 나는 '인간'이 뇌의 '작업기억'이라는 공간에서 일어나는 활동을 개입해서 자신의 운명을 개척해 나갈 수 있는 자유의지를 가진 존재라고 생각한다. '나라는 존재'는 뇌의 물리적 화학적 작용으로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지금은 내 생각이 맞는지를 확인해 나가고 있다. 앞으로 종종 이런 주제에 대한 생각과 그 이유에 대해 작성해 볼 예정이다.

Working Memory Gate System Diagram
작업기억 게이팅 다이어그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