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를 시작으로 거인이 되는 단계 - 리처드 파인만의 조언과 다산 정약용의 가르침
Lucy Archive
Lucy / Facilitate4U
2023. 5. 8. 23:29

세컨드 브레인으로 나만의 지식을 얻는 단계 - 잠심완색, 통통쾌쾌, 파죽지세

책 "세컨드 브레인"의 저자 티아고 포르테는 어떤 정보가 보관할 가치가 있는지 판단하기 위해 '좋아하는 열두 가지 문제'를 제안했다. 이 아이디어는 노벨물리학상 수상자인 리처드 파인먼에게 영감을 받았다. 리처드 파인먼은 '좋아하는 열두 가지 문제를 끊임없이 마음에 새기고, 있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답이 정해지지 않은 문제를 마음에 품고 있어야 책을 읽거나, 일상에서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이 포스팅은 책

⎡📕 다산 선생 지식경영법⎦ 을 보고 메모를 시작으로 거인이 되는 단계를 내 나름대로 정리한 글이다. 내가 나만의 지식관리 시스템을 구축하면서 얻고 싶은 결과에 대한 정리

이기도 하다.

문제를 마음에 품으라

자이가르닉 효과

'자이가르닉 효과(Zaigarnik Effect)'는 완료되지 않은 작업이나 문제는 우리의 단기 기억을 자치하는 경향이 있다는 말이다. 해결되지 않은 문제는 PC나 스마트폰의 백그라운드 프로세스와 같이 뇌의 자원을 갉아 먹고 성능을 저하한다. 중요한 일을 해야 할 때 주의력에 방해가 될 수 있다.

역으로 자이가르닉 효과를 활용해서 고민이나 문제 해결 방법을 찾을 수 있다. 샤워나 산책과 같이 높은 주의력을 요구하지 않는 활동을 할 때, 의도적으로 문제를 머릿속에 떠돌게 내버려 둔다. 이렇게 하면 뇌는 기억 속에서 해결의 실마리를 자유롭게 탐색하고 우리는 예상치도 못하는 답을 얻을 수 있게 된다.

좋아하는 열두 가지 문제

티아고 포르테는 나에게 가치가 있는 정보를 판단하는 데 도움이 되는 '좋아하는 열두 가지' 문제를 제안했다. 미 해결된 문제들은 책을 읽거나 자료를 볼 때 나에게 필요한 자료인지를 판단하는 기준이 된다. 또한 예상치 못한 곳에서 문제 해결 실마리를 찾게 되기도 한다.

메모로 지식을 얻은 거인이 되는 방법
고대 도서관에서 책을 쓰고 있는 남자

질문을 품고 거인이 되는 단계

다산 정약용은 실학을 집대성한 한국 최고의 실학자이며 개혁가로, 한자가 생긴 이래 가장 많은 책을 저술한 인물로 알려져 있다. 강진 유배 생활 18년 동안 500권의 책을 집필한 그는 역사, 법학, 교육, 의학, 토목, 기계공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깊이 있는 책들을 저술했다.

그는 어떻게 다양한 지식을 통달하고 책을 썻을까? ⎡📕 다산 선생 지식 경영법⎦에서 볼 수 있는 다산은 항상 질문을 마음에 품고 있었다. 그가 질문을 품고 많은 깨달음을 얻고 거인이 되는 과정을 요약하면 다음 그림과 같다.

잠심완색, 묘계질서, 융회관흡, 통통쾌쾌, 파죽지세
잠심완색, 묘계질서, 융회관흡, 통통쾌쾌, 파죽지세

잠심완색, 묘계질서

다산은 어린아이가 장난감을 가지고 놀 듯 염두에 둔 주제를 마음속에 품으라고 했다. 문제를 품고 있으면 삶 속에서 그냥 지나쳐 버릴 것에서도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 때로는 산책과 샤워와 같이 편안한 상태일 때 문득 좋은 생각이 떠오르기도 한다. 실제로 창의적이고 기발한 아이디어는 몰입하며 집중할 때보다 편안한 상태일 때 더 많이 떠오른다. 과잉 집중하지 않으면 우리 뇌가 학습하거나 품고 있는 문제를 내가 이미 가지고 있는 기억과 연결 지으려 하기 때문이다. 이때 깨달음을 얻더라도 이 깨달음은 금방 사라진다. 생각을 붙들기 위해 즉시 기록으로 남겨야 한다.

  • 잠심완색(潛心玩索) : 마음을 쏟아 음미하고 사색하는 것
    • 잠심(潛心)은 마음을 그 속에 푹 담그는 것
    • 완색(玩索)은 아이들이 완구를 가지고 놀 듯 항상 몸에서 떼어 놓지 않고 그 의미를 탐색하는 것
  • 묘계질서(妙契疾書) : 번뜩이는 깨달음을 놓치지 않고 메모

융회관흡, 통통쾌쾌

잠심완색으로 문제를 마음에 품고, 묘계질서로 번뜩이는 생각을 놓치지 않고 기록하다 보면 융회관흡(融會貫洽)의 단계로 들어간다. 이해가 가지 않던 것이 깨달아지고, 흩어져 있는 조각들이 하나의 체계로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융회 관흡의 단계를 지나면 통통쾌쾌(通通快快)로 들어간다. 서울대 김영민 교수는 '공부는 에메모호한데서 명료함으로 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내가 이해한 것들의 본질을 명료하게 이해하는 단계로 접어든다.

  • 융회관흡(融會貫洽) : 원리를 이해하고 통합하여 완전한 지식으로 습득
    • 융회(融會)는 이전에 하나도 모르던 상태에서 하나 모를 것 없는 상태로 올라감
    • 관흡(貫洽)은 깨달은 내용의 관계를 깨닫고 구조를 이해하게 되는 것
  • 통통쾌쾌(通通快快) : 매우 명확하고 분명히 아는 상태

파죽지세

높은 건물을 짓기 위해서는 터파기와 기초공사를 진행해야 한다. 기초 공사의 목적은 지면을 단단하게 만드는 것이다. 기초공사가 부실하면 지반이 무너지거나 함몰되어 구조물 자체가 위험해진다. 아파트는 공사 기간의 1/5을 기초공사하는데 할애한다.통통쾌쾌(通通快快) 단계에 접어들면 복잡한 원리가 하나의 수식으로 정리되거나, 하나의 짧은 문장, 단어로 추상화할 수 있게 된다. 이 단계에 접어들어야 무너지지 않는 공든 탑을 만든 준비가 된 것이다. 추상화된 지식은 더 복잡한 이론을 만드는 벽돌로 사용된다. 이 단계가 지나면 비로소 파죽지세(破竹之勢)의 단계에 접어든다.

  • 파죽지세(破竹之勢) : 감히 대적할 상대가 없는 모습

정취를 깃들여라

최근까지 창의성은 몰입해야 나온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최근 연구 결과는 아무런 목적이 없을 때 창의성이 발현된다고 했다. 흔히 말하는 멍~ 때리는 상태에서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많이 나온다고 했다.

다산은 풍류를 즐길 줄 아는 사람이었다고 한다. 일상생활 속에서 삶의 운치를 찾아 누렸다고 한다. 긴장이 있으면 이완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 아마도 이완하는 과정에서 품고 있었던 질문, 해결의 실마리에 관한 아이디어들이 떠오르고 메모로 기록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참고자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