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책이 유튜브보다 더 많은 아이디어를 떠오르게 해주는가?
Lucy Archive
Lucy / Facilitate4U
2023. 6. 2. 14:34

아이디어는 떠오르는 것 : 책 vs 유튜브, 영화, 동영상 미디어 콘텐츠

나는 독서를 할 때 다양한 생각이 떠오르는 것이 좋다. 프로젝트와 관련된 아이디어가 떠오르기도 하고, 지식의 공백이 채워지는 느낌도 든다. 때로는 잊고 있었던 과거의 추억도 떠오른다. 놀라운 깨달음이나, 감동의 순간이 오면 잠시 멈춰서 떠오른 것을 기록하거나, 여운을 즐긴다.

 

영화나 유튜브 영상을 볼 때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같은 시간 대비 독서가 월등히 많은 생각들이 떠오르는 것처럼 느껴진다. 실제로 뇌를 MRI로 촬영하여 보면 독서할 때 더 넓은 부위의 뇌가 활성화된다고 한다. 그 이유에 대해서는 크게 두 가지로 설명하는 것 같다. 하나는, 책을 읽으면 장면이나 상황을 상상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다른 하나는 동영상 콘텐츠가 대부분 재미있어서 수동적으로 받아들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유튜브, 책, 동영상, 영화 무엇이 더 좋은가?
유튜브를 볼까 책을 볼까?

과거의 나는 틈만 나면 볼만한 영화가 없을지 찾아보거나, 유튜브로 시간만 때우는 스마트폰 중독자였다. 지금은 반대가 되어서 영화 보는 시간이 아깝다고 느껴지고, 독서한다. 독서하면서 떠오르는 생각을 즐기는 것에 대한 재미를 알게 되었다. 그런데도 내 마음속에는 왜 독서할 때 이런 생각들이 더 떠오르는 것인지 궁금증이 있었다. 나는 근본적인 이유가 궁금했다. 이 글은

유튜브 시청하는 것보다 독서할 때 사고력이 높아지는 이유에 대한 나의 생각이다. 과학적 근거는 없다

아이디어 발상에 대한 오해

조직 내에서든 개인적으로든 좋은 아이디어를 떠올리기 위해 다양한 아이디어 발상법을 동원한다. 그중에 브레인스토밍도 있고, 일련의 작업 절차나 세부적인 항목을 보면서 아이디어를 떠올리기도 한다. 아이디어를 떠올리기 위해 숙고의 시간을 가지기도 한다. 하지만, 좋고 기발한 아이디어는 대부분 아이디어 회의가 끝나거나, 뜬금없는 순간에 뒷북 치듯 떠오른다. 대부분 사람은 아이디어를 생각해 낼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아이디어는 떠오른다는 사실을 간과한다.

 

뇌 과학자 박문호 박사는 '진정한 학습은 놀이와 같은 여유로운 마음을 가지는 것'이라고 한다. 놀이의 본질은 과몰입하지 않고 즐기는 것이다. 뇌는 과잉 집중하지 않는 편안한 상태가 되면 학습했던 정보를 이미 저장된 기억과 연결하는 작업을 한다고 한다. 새로운 것을 이미 아는 것에 연결하는 과정에서 학습이 이루어진다. 태양을 중심으로 여러 행성이 공전하는 것을 빗대어 원자와 전자의 움직임을 설명하는 것과 유사한 방식이다. 전자의 움직임은 태양 주위 행성의 움직임과 다르지만, 이미 알고 있는 익숙한 개념을 이용해 쉽게 이해한다.

진정학 학습은 이미 아는 것과 연결하는 과정으로 이루어진다.
진정학 학습은 이미 아는 것과 연결하는 과정으로 이루어진다.

나는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오르거나 학습하는 메커니즘이 동일하다고 생각한다.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오르는 순간은 뇌가 인지하고 있는 것과 이미 알고 있는 것의 관련성을 찾은 순간이다. 좋은 아이디어가 바로 떠오르지 않는 이유는 최근에 사용한 기억 중에서 연결 지을만한 정보가 없거나, 연결할 만한 기억이 없기 때문이다.

 

나는 이런 관점에서 영상을 볼 때보다 독서할 때 더 많은 생각이 떠오르는 이유는, 뇌가 기존 기억과 연결을 더 잘할 수 있는 조건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이 차이의 본질적 이유는 뇌가 물리적 화학적 한계가 있기 때문에 그 처리 능력도 한정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상상력 때문이 아니라 대역폭

많은 사람이 책을 읽을 때 뇌가 전반적으로 활성화되는 이유는 상상력 때문이라고 말한다. 영화는 시각적 자료를 보지만, 책은 글자만 보기 때문에 장면을 상상한다는 것이다. 나는 이 말에 공감이 되지 않는다. 영화를 보고 나면 장면(대사 포함)이 기억에 남고, 책을 읽고 나면 문장이 기억에 남는다. 책을 읽을 때 장면을 상상하기 위해 뇌가 활성화된다면 책을 기억할 때 내가 상상했던 장면이 남아야 할 것이다. 하지만 그 어떤 비주얼한 것도 기억에 남지 않는다.

복잡한 지하철 안에서는 휴대폰을 보거나 독서를 하거나 대화를 하기 어렵다한적한 지하철 안은 마음껏 딴짓을 할 수 있다
복잡한 지하철 안에서는 휴대폰을 보거나 독서를 하거나 대화를 하기 어렵다

동일한 정보를 담은 두 종류의 파일, 고해상도 동영상 파일(MP4)과 워드 문서 파일(docx)을 WIFI로 전송한다고 가정해 보자. 2시간짜리 고화질 영화의 동영상 파일은 대략 4GB의 용량을 차지하고, 영화의 스크립트를 담은 워드 파일은 겨우 1MB 미만의 용량을 차지한다. WIFI로 동영상을 전송하면 파일의 큰 용량 때문에 WiFi 대역폭은 상당 부분을 점유해서 다른 인터넷 서비스의 속도를 느리게 만들 수 있다. 반면, 워드 파일의 크기는 WIFI 대역폭 비하면 매우 작은 수준이기 때문에 다른 인터넷 서비스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

 

WiFi가 아니라 뇌의 관점으로 가보자. 동영상에는 다양한 소스들이 있다. 영상에는 배경, 인물, 자막이 있고 음성에는 효과음, 음악, 가사, 대사 등 다양한 요소가 있다. 뇌는 지금 보고 있는 영상이 무엇인지 파악하기 위해 시각, 청각, 언어를 이해하는 기관들이 끊임없이 일을 한다. 동영상을 일시 정지하지 않는 한 끊임없이 장면과 소리를 해석하는 과정을 지속해야 한다. 그렇게 해야 어떤 상황인지 이해할 수 있다. 요약하자면 뇌는 이 장면이 무엇인지 파악하는데, 대부분 자원을 사용하고 있다.

 

독서는 상황이 다르다. 책을 읽을 때는 종이에 적혀있는 텍스트의 의미만 해석하면 된다. 게다가 책을 읽을 때는 독자가 속도를 조정할 수 있다. 즉 뇌는 동영상을 볼 때보다 훨씬 여유로운 상태다. 얼마나 여유로울까? 지금 읽는 것과 이미 알고 있던 지식 또는 품고 있던 질문과 연결할 수 있을 정도로 여유로운 상태라고 생각한다. 독서하면서 낮은 수준의 휴식을 병행하는 것이다. 내가 지금 읽고 있는 텍스트를 실시간으로 관련된 기억을 찾아 헤맬 수 있다.

 

진정한 독서는 재구성

독서의 핵심은 여유로운 마음이다. 여유로운 마음으로 독서해야 얕은 수준의 휴식을 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과잉 몰입하지 않을수록 뇌는 지금 읽고 있는 이 텍스트들을 내가 가진 문제, 이미 알고 있는 지식과 연결하려 한다. 내가 가진 문제와 내가 이미 알고 있는 지식이 연결되어야 이 책을 바라보는 나만의 시선이 생긴다. 나만의 시선이 생겨야 나만의 해석으로 재구성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된다. 내 지식으로 만드는 유일한 방법은 내가 이해할 수 있는 방식으로 재구성하는 것이다.

독서 카드로 재구성하기
독서 카드로 재구성하기

속독 또는 강한 몰입은 책의 핵심 내용을 파악하고 빠르게 정리할 수 있다. 책을 다 읽고 만든 요약본을 보면서 무엇이 중요한지, 나에게 적용할 것은 무엇인지 찾아볼 수 있다. 하지만 요약본을 읽으면서 감동하기는 어렵다. 감동이 있어야 장기기억으로 쉽게 전환된다. 기억으로 저장되지 않으면 내 행동에 아무런 영향이 없다. 내 행동에 아무 영향이 없으면 삶의 변화도 없다.

 

텍스트가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가장 잘 이해하는 순간은 맥락 속의 텍스트를 읽고 있는 순간이다. 나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 가장 잘 알 수 있는 순간도 그 글을 읽고 있는 순간이다. 저자의 사유와 내 사유가 만나 새로운 사고 체계를 만들고 싶다면 한쪽의 사유에 함몰되지 않는 독서가 필요하다. 무엇에 대해 생각할지는 내(Self)가 결정하지만, 생각의 내용은 뇌가 결정한다. 우리는 뇌가 생각하는 과정을 수동으로 관여할 수 없기 때문에, 뇌가 이미 저장된 기억을 자유롭게 탐색할 수 있는 여유로움을 제공해야 한다. 내(Self)가 하는 일은 뇌가 떠올려 준 생각에 대한 가치를 판단하거나 행동을 선택하는 것이다. 재구성은 단순히 순서를 바꾸는 것이 아니다. 내 지식과 가치가 투영된 해석들로 재구성되어야 한다.

 

여유로운 마음을 얻는 법

집에서는 공부가 안되고, 카페에 가면 왜 공부가 잘될까? 집이 어수선해서? 티비 또는 침대와 같은 유혹이 있어서? 맞는 말이다. 일부만 맞다. 핵심적인 이유는 집에서는 과제로 생각되는 일들이 많기 때문이다. 지저분한 책상과 방을 보며 청소해야 하는 과제로 인식한다. 집안일은 끝이 없다고들 말한다. 그렇다. 집은 끝없는 과제 거리가 모여 있는 곳이다. 많은 과제는 뇌에 스트레스를 준다. 집에서 집중하지 못하는 이유는 당신이 인지하지 못하는 스트레스 때문이다. 카페에서 공부가 잘되는 이유는 스트레스 요인이 없이 월등히 적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항상 집을 깨끗이 해야 하는가? 집을 깨끗이 해야 하는 것은 배보다 배꼽이 더 큰 것과 같다. 매일 매일 깔끔한 상태를 유지하는 것 자체가 스트레스가 될 수 있다.

 

불안장애가 있는 사람들에게 처방하는 약은 정신을 고쳐주는 약이 아니라 심장약이다. 심장약은 심장을 천천히 뛰게 한다. 대뇌 피질은 심장이 천천히 뛰는 것을 인식하고 불안하지 않다고 알아차린다. 즉, 상황이 우리의 정서 상태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것이 아니라 신체 반응이 정서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것이다. 감정을 인식하는 것은 대뇌가 신체 반응을 모니터링한 결과다. 호흡이 가빠지면 긴장하거나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인식한다. 소화가 잘 안되면 스트레스를 받아서라고 인식한다.

독서와 공부에 필요한 것은 안심하기
독서와 공부에 필요한 것은 안심하기

마음을 편안한 상태로 만드는 비밀은 뇌를 속이는 것이다. 육체와 정신이 건강한 상태인 사람은 사실을 인지하고 집중이 필요한 순간에 '난 책을 읽는 데 집중할 거야'라고 생각하기만 하면 된다. 스트레스 요인이 많아서 인지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면 한 번의 생리학적 한숨으로 신체를 이완해서 대뇌가 편안하다고 생각하도록 인식하게 할 수 있다. 그래도 효과가 없다면 불편한 근본 요소를 제거하거나, 차단하거나, 회피하는 법을 사용할 수 있다.

 

뇌에게 여유를 제공하라

이 글은 창의적인 사고를 위한 독서법에 대한 개인적인 견해다. 이를 입증할 만한 과학적 근거는 없고 내 개인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한 추론이다. 이 독서 접근법을 사용했을 때 기억으로 잘 저장되고, 새로운 아이디어와 문제 해결 실마리를 얻는 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독서를 통해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얻고자 하는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독서든, 공부든, 고민이 든 여유로운 마음을 유지하는 것이 새로운 통찰을 얻는 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새로운 통찰과 아이디어는 나의 의지로 하는 것이 아니라, 떠오른다는 속성을 잊지 말아야 한다. 나는 뇌에 질문이나 생각할 주제를 던져주고, 답은 뇌가 찾아서 오는 것이다. 뇌가 이 작업을 수행할 수 있는 여유를 마련해주는 것이 포인트다.